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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3분간

2007. 3. 2. 18:05

아직 충분한 이성이 발달되지 않았을 중고등학교 시절 시절, 나는 물리학과 천문학에 빠져 있었다. 그때의 소망은 물리학도가 되어 평생 우주의 원리와 씨름하는 것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나처럼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선택했었다면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산업공학과를 나와 소프트웨어 업종에 근무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직 아쉬움은 남아있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파고들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이미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던 나는 과학과 신앙이 마치 물과 기름과 같다는 당시 교회 어른들의 반응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과학과 신앙에 대한 내 태도는 25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 이성을 최대한 사용해서 우주의 원리를 밝혀내야한다. 만약 그게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거라면, 그렇게 침범당할 신이라면 이미 신이 아니다라고.

당시 내가 열심히 탐독하던 책중에 "처음 3분간"이라는 책이 있었다. 빅뱅 이론을 설명하면서, 빅뱅이 일어나고 난 처음 3분간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자세하게, 마치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듯이 쓴 책이였다. 재밌는 것은 책 저자가 생각이 나질 않아 인터넷을 뒤져보니 어릴 때 이 책을 읽고 과학도의 꿈을 키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였다는 거다. ^^;;;

참고로 "처음 3분간"은 스티븐 와이버그가 쓴 책으로 최근에 "최초의 3분"이라는 제목으로 새로 출판되었다. 나는 그 책을 일본 물리학자가 썼었다고 최근까지 믿고 있었는데 잘 못 알고 있었던 거다.

이 책에서 흥미로왔던 것은 빅뱅 이전의 상태와 빅뱅을 일으키게 만든 촉매에 대한 저자의 이론적인 고찰(거의 추측에 가까운)이였다.

알다시피 우주의 탄생은 빅뱅과 더불어 시작한 것이라는 것이 빅뱅 이론이다. 그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추측하는 것은 에너지를 담고있는 공간아닌 공간이라는 것이다. 공간은 공간이되 무언가 힘을 내포하고 있는 공간. 뭔가 불안정하면서도 그 상태로 몇백만년도 갈 수 있는 그런 공간. 안정되어 있되 동시에 불안정한. 그런 상태가 아니였겠는가라고 저자는 추측하고 있었다. 물론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빅뱅 이전의 상태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이 빅뱅을 일으켰을까라는 것에 대한 추측이다. 역시 이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빅뱅이론에서는 어떤 입자. 터널현상을 통해 무에서 유로 변환되는 최초의 입자. 그 책의 저자는 그 형태로 유력한 것이 빛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즉 공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에너지 속에서 자그마한 빛이 그 불안정한 안정상태를 깨면서 빅뱅을 유발했다는 가정을 그 책에서는 담고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왜냐하면 그 과정이 창세기의 처음 부분과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세기 1:2에 창조 이전의 상태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짐작하고 있는 빅뱅 이전의 상태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성경은 창조의 시작을 "빛이 있으라"에서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최초의 빛, 그것은 태양에서 오는 빛이 아니다. 왜냐면 해와 달은 나중에 창조되었다고 말하니까. 그렇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빛"은 그 근원이 어디인가라는 생각과 더불어, 빅뱅을 일으키는 촉매역할을 했을 거라 추정되는 빛이 어울러져, 빅뱅이 성경의 창조론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교회에서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냐면 성경이 세상이 6일만에 창조되었다는 말을 "문자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최근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몇몇 만났다. 듣기로는 빅뱅이론을 싫어하는 무신론자들이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과정이 창조론과 흡사하기 때문이란다. 아이러니한 것은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직도 빅뱅이론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성경의 문자적인 표현과는 안맞으니까.

최근에는 빅뱅이론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많다. 무신론진영과 기독교진영 양쪽에서... 다른 동기를 가지고.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 추구가 계속된다면 빅뱅이 사실인지 아닐지 증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게 인간의 영역이라면 말이다.

우주의 근원을 생각하며 과연 신은 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빅뱅 이전에 이 세상을 디자인하고 빅뱅을 만들어낸 하나님.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 그 환경중 한두가지만 어긋나도 인간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디자인했을테고, 신을 부정한다면 마땅한 답은 없지 않은가?

반대로 모든 것이 우연의 산물일까? 혼돈에서 현재의 세상으로 무수한 우연과 선택을 거쳐서. 창조과학자들은 그것이 물리학의 제2법칙과 위배된다고 하면서 말도 안된다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답일까? 누구 말대로 이런 논의 자체가 필요없고 의미 없는 것일까? 어차피 어느 한쪽도 뚜렷이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되는 신앙. 이성에서 출발하는 신앙을 꿈꿨었다.
근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선택의 문제요, 받아들임의 문제라고...

Posted by 쉐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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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년간 간직하고 있던 신념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며... by 쉐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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