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반에 미리 신청한 택시가 도착했다. 5시 10분에 공항에 도착해서 여섯시 조금 전에 비행기에 올랐다. 읽고 있던 템플턴의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지만... 금새 졸음이 쏟아졌다. 출장 가기전에 밀려있던 집안일, 회사일, 교회일을 마무리짓느라 최근 이틀동안 다섯시간정도 밖에 못잤기에 일단 잠을 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스튜어디스가 깨우지 않도록 아예 눈가리개와 귀마개까지 하고 푹 잠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서울까지 열두시간. 비행기위에서의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내릴 때까지 그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까. 템플턴의 책은 구약을 지나 신약 중반에 와 있었다. 솔직히 이미 그 책에 실망을 하고 있었던 참이라 끝까지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호와가 민족신에 불과하다는, 구약의 많은 이야기들이 신화나 우화라는 그의 주장은 나름 논리가 있었다. 하지만 신약에 와서는 이야기들이 잘 정리가 안되었고, 그의 주장 내에서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예수의 기도를 들으며, 어떻게 예수의 기도를 제자들이 들을 수 있었겠느냐 그 기도의 내용은 나중에 제자들이 짜집기 한거다라고 주장하면서, 그 기도의 내용을 들어 예수가 인간의 나약한 면을 보인다고 예수는 인간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 기도의 내용이 제자들이 나중에 써넣은 거라면 왜 그들의 주장과 위배되는 내용을 써넣었을까? 모순적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교회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적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기독교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일부 내용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충고라도 하는 듯해서 도데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그의 책에 대해 어떤 무신론자가 굉장히 반기독교 이론에 대해 굉장히 기초적인 책이라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템플턴이 내어 놓은 문제들은 지금까지 교회 생활하면서 여러번 들어왔던 주장들이고 별로 새로울 것은 없었다. 난 그라면 내가 신앙을 바로 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관념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을 줄 알았는데...

어쨋든 그의 책을 마쳤을때 비행기는 인천 공항에 들어서고 있었다. 책의 후반부는 "사랑의 하나님이 있다면 왜 세상에 재난이 있고 슬픔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믿지 않는다고 지옥에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이 왜 이리 힘든가, 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통을 받는가라는 질문은 나도 계속 해오고 있는 질문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리스트로벨의 "믿음 사건 (The Case for Faith)"를 들고 갔다. 템플턴의 책에 대해 대응해서 쓴 책이라고 할까. 그 책도 템플턴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을 하고 있다. 세상에 왜 고통이 있는가. 한가지 예로 인도의 한 지역의 예를 들었다. 하수도 옆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가, 그렇게 죽어갈 아이들. 한쪽 눈은 병이 들었는지 감겨 있고, 다른 한눈으로 아무 희망도 없이 손을 내밀어 구걸을 하던 아이와의 만남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나는 삼만원짜리 식사를 하면서 읽고 있었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거니 이왕이면 잘 먹자는 마음으로 먹는 거지만, 마음이 많이 찔렸다. 이 돈을 그 아이들에게 준다면 일주일 아니 한달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난 한끼의 식사로 날려보내지만. 그들에게는 어쩌면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만큼의 돈이 될 수도 있는데.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의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는지 아닌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내 생활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세상의 많은 고통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들을 왜면하면서 살아왔던 생활.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가지기 위해 안달하던 모습.

내 사랑의 영역이 너무나 작다. 이제는 그 영역을 더 키워야겠다.

앞으로 삼주간의 출장 기간. 책을 볼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그리고 여기 저기 경험할 시간도 더 많다. 매일 매일 치열하게 질문하고 찾아봐야겠다.
Posted by 쉐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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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년간 간직하고 있던 신념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며... by 쉐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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