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며 오래전 공부했던 내용들을 기억해내고 있다가, 그러면 기독교에서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할까 궁금해 창조과학회를 들어가 보았다.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며 받은 느낌은 대부분의 글들이 창조론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고, 또 진화론의 흠집내기에 굉장히 열심이라는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과학의 증거들과 성경에서 말한다고 여겨지는 것과의 명백한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를 무시하며 비기독교계에서 제시하는 증거들을 믿을 수가 없다라는 식의 주장은 또 다른 강요라 생각해서 실망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 중 내가 생각한 과학과 신앙의 조화에 굉장히 가까운 의견을 보았기에 여기에 싫어본다. 김창완이라는 분의 글인데 그분의 배경은 전혀 모르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

http://www.kacr.or.kr/library/itemview.asp?no=195&orderby_1=editdate%20desc

1. 진화의 의미

...영적인 측면에서도 유신론적 진화론은 빛과 어두움, 신앙과 불신앙, 계시와 철학을 혼합시키려는 시도로 비난받는다. 즉 유신론적 진화론이란 말 자체 이미 '무기체의 신진대사', '기독교적 무신론' 따위의 말처럼 자기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오버톤 판사는 '창조주에 대한 믿음과 과학적 진화이론의 수용은 상호 배타적'이라는 창조주의자의 주장에 대하여서도 격분하면서, 이런한 의견은 '많은 사람들의 종교적 견해에 대하여 공격적인 것'이라며 이를 반대했다.

'진화'라는 말은 문맥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토론 당사자가 서로 상대방이 말하는 '진화'의 의미와 자신의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 실제로 이러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 토론은 공허하고 소모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이전에 몇몇 '진화'의 정의를 살펴보도록 하자.

<<정의 1>> 진화란 유전자 풀(Gene Pool)에서의 시간에 따른 유전자 빈도수의 변화를 의미한다.

위와 같은 정의가 진화론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모양이다. 이러한 정의라면 확실히 '진화는 사실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 창조과학자들을 포함해서 -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진화는 사실이다'라는 진술은, 예를 들어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유래하였다'는 것을 보증하지 않는다. 정의 1은 진화가 확실한 사실임을 보증하지만 기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바가 전혀 없다.

진화의 다른 정의들을 살펴보기 전에 진화론에 대하여 진화론자들 자신이 한 흥미로운 분석을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Ernst Mayr에 따르면 다윈론은 다섯 가지 소이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다섯 가지 이론들이 세분할 수 없는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고 한다. 그 다섯 가지 이론은 다음과 같다.

1) 진화 그 자체 : 이 이론은 세계가 항상 일정하거나, 최근에 만들어졌거나, 영원히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변화되고 있으며, 생물들도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2) 공동 후손 : 이 이론은 모든 생물 무리들이 공동 조상에서 기원했으며, 동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물들이 궁극적으로는 지구상에 단 한 번 나타났던 생명체에서부터 유래했다는 이론이다.

3) 종의 증가 : 이 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생물 다양성의 기원에 관한 이론이다. 즉,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게 될, 지리적으로 격리된 발견자 집단에 의해 한 종에서 두 자손 종이 만들어지거자, 한 종에서 다른 한 종이 만들어지게 되어 종의 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4) 단계주의 : 이 이론에 따르면, 진화적 변화는 개체군의 단계적 변화에 의해서 일어나지, 새로운 형을 대표하는 새로운 개체가 급작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5) 자연선택 : 이 이론에 따르면, 진화적 변화는 각 세대마다 유전적 변이가 많이 만들어지고, 다음 세대로 전해진 유전 형질 가운데 특별히 잘 적응한 유전 형질의 조합을 지닌 상대적으로 작은 수의 개체들만이 살아남게 되어 다음 세대를 이루게 된다.

<<정의 2>> 진화란 일정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 2는 가장 넓은 의미로서 '우주의 진화'나 'The evolution of scientific creationism'이라고 할 때 사용되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Mayr의 목록 중 1)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때의 '진화'는 정적인 세계관에 반대하는 모든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겠다. 사실 성경도 정적인 세계관에 배치되므로 이러한 '진화'는 성경적이라고까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창세기 1장은 - 정의 2의 의미로는 - 명백히 진화론적이다.

<<정의 3>> 진화란 모든 생물이 공동 조상에서 기원했으며, 한 종에서 두 종이 만들어지거나 한 종에서 다른 한 종이 만들어짐으로써 종의 수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궁극적으로는 지구상에 단 한 번 나타났던 생명체로부터 유래하였음을 의미한다.

정의 3은 Mayr의 목록에서 1), 2), 3)을 합한 것에 해당한다. 이러한 '진화'는 유신론적 세계관과 어떤 명백한 충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창세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로 남기는 하지만 정의 3을 사용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은 Intelligent Design Theory의 허용범위 안에 든다.

<<정의 4>> 진화란 모든 생물이 공동 조상에서 기원했으며, 자연 선택을 통하여 한 종에서 두 종이 만들어지거나 한 종에서 다른 한 종이 만들어짐으로써 종의 수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궁극적으로는 지구상에 단 한 번 나타났던 생명체로부터 유래하였음을 의미한다.

Mayr의 목록에서 4)는 5)로부터 나온다고 생각된다. 정의 4는 정의 3에 5)을 합한 것이다. 자연 선택은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Phillip Johnson에 따르면 자연 선택은 자연주의로부터 필연적으로 얻어지는 결론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연 선택이 신학적으로 허용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 자연 선택의 문제는 - 유신론적 진화론 논쟁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자.

<<정의 5>> 진화란 모든 생물이 하나님 없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렇게 명시적으로 정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의미가 완곡하게 표현되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진화'라고 말할 때 그 마음 속으로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이것인 경우가 많다. 정의 5는 명백히 과학의 범위를 넘어서는 철학적 진술이며 기독교인이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어떠한 유신론적 진화론자도 정의 5를 사용하지 않는데 그럴 경우 그것은 실로 '기독교적 무신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II. 창조과학 비판

창조과학은 인간의 기원, 지구의 연대, 그리고 지질학적, 생물학적 변화의 메커니즘에 대해 분명하게 사고하는 일을 어렵게 만듦으로서 복음주의에 손상을 주었다. 그러나 창조 과학이 초래한 더욱 심각한 악영향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과 우리가 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잠식한 것이다.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은 한결같이 창조과학을 비판한다. 예를 들어 Heckenlively는 그의 글 'Scientists Who Keep the Faith'에서 창세기 문자주의(Genesis Literalism)의 4가지 형태를 다음과 같이 썼다.

(1) 구획화 (Compartmentalization) : 과학이 말하는 바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 사이의 모순을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2) 과학에 대한 불신 (Distrust of Science) : 그 자신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 증거를 믿기를 거부하는 경우.

(3) 증거의 선택적 사용 (Selective Use of Evidence) : 선입견에 부합하는 증거는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증거는 무시하는 경우. (그는 이러한 일이 진화론자들에게도 있을 수 있음도 언급하였다.)

(4) 과학에 대한 무지 (Ignorance of Science) : 과학적 결과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지 모르는 경우.

이 중 특히 (3)이 창조과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같은 글에서 창조과학자들이 선택적으로 무시했다고 보는 증거들- 대진화의 증거들 -을 나열하고 있다.

(1) 소진화 (Microevolution) : 종분화(speciation)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이 있으며, 이것을 널리 받아들여지는 '균일설(uniformitarianism)'과 함께 생각하면 대진화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2) 화석 (Fossils) : 우리는 많은 화석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어류와 양서류, 양서류와 파충류, 파충류와 조류, 그리고 파충류와 포유류 사이의 전이형태들도 있다.

(3) 살아있는 전이형태 (Living Intermediates) : 명확히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알기 어려운 살아있는 전이형태들이 있다. 예를 들면 Coelacanth와 같은 것이다.

(4) 유전적 유사성 (Genetic Similarity) : 여러 생물 그룹의 DNA는 그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의 98%가 같다.

(5) 철학적 지지 (Philosophical Support) : 과학철학에 따르면 가설이 이론의 지위를 얻으려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론들과 성공적으로 관계지어져야 한다. 대진화는 유전학, 집단유전학, 생리학, 생태학, 지질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 고생물학 등과 아무런 모순 없이 조화된다.

이 외에도 연대문제에 대하여 또는 지질학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지엽적인 문제 외에도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이는 창조과학이 '간격의 하나님'이라고 불리우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종 창조과학은 이와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나 그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러면 여기에 대하여 알아보자.

 

III. '간격의 하나님(God of Gaps)' 입장

If in fact the frontiers of knowledge are being pushed farther and farther back (and that is bound to be the case), then God is being pushed back with them, and is therefore continually in retreat. - Dietrich Bonhoeffer

나는 자연적 원인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덮기 위하여 초자연에 호소하기를 잘하는 사람들의 과학이나 신학을 승인하지 않는다. -Asa Gray

번개가 어떤 과정을 통하여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 옛날 사람들은 번개가 신의 진노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의 원인을 하나님께로 돌리는 입장을 '간격의 하나님'의 입장이라고 부른다. 이 입장은 두 가지 큰 (한 가지라도 치명적일 만한) 약점이 있다. 위에서 인용한 Bonhoeffer의 말처럼 이러한 입장을 취하게 되면 우리의 지식이 점점 성장할수록 하나님을 위한 간격은 점차로 없어져 결국에는 하나님이 필요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명백히 하나님은 초자연적인 사건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사건을 통하여도 일하시므로 하나님을 위해서 반드시 초자연적인 사건을 가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약점은 이러한 입장이 과학의 발전을 막는다는 것이다. 즉 어떤 현상을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의 결과로 돌려버리면 더 이상 그 현상의 메커니즘이나 자연적 원인을 찾는 것은 무의미해지므로 그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탐구를 가로막는 견해는 가장 나쁜데 왜냐하면 어떤 견해가 주어졌을 때 이어지는 탐구를 통하여 그 이론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탐구를 할 수 없다면 그 견해를 수정, 보완, 발전 시킬 수도 없다. 아무리 잘못된 견해라도 탐구를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교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탐구를 가로막는 견해는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정반대의 입장으로서 일부 기독과학자들에 의해 주장되는 것이 방법론적 자연주의이다.

 

IV. 방법론적 자연주의(Methodological Naturalism)

우리가 어떤 자연현상에 관하여 자연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초자연적인 설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이다. 과거의 수많은 과학적 수수께끼가 해결된 지금의 시점에서도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 자연적인 원인을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아주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방법론적 자연주의는 방법론적 무신론(Methodological Atheism)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이 입장은 위와 같은 '간격의 하나님' 입장을 피하고자 과학은 (마치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오로지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서만 설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간격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과정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과학에 있어서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는 하나 세상이 자연적인 원인에만 묶여 있을 필요가 없을텐데 과학이 반드시 모든 것을 자연적 원인에만 돌려야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상당히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반드시 모든 경우라고 못박는 것은 오히려 탐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J. P. Moreland는 그의 글 'Creation Science and Methodological Naturalism'에서 방법론적 자연주의의 주된 옹호자로 Paul de Vries와 Howard J. Van Till울 지목하고 그들이 말하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의 4가지 중요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1) 자연과학의 목적 (The goal of natural science) : 자연과학의 목적은 사건을 (자연적인 사건만을 의미함) 물리적 원리와 법칙과 장(field)의 설명적인 문맥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2) 방법론적 자연주의 vs. 형이상학적 자연주의 (metaphysical naturalism) : 방법론적 자연주의와 형이상학적 자연주의(또는 철학적 자연주의)는 서로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3) 자연과학적 설명 (Natural scientific explanation) : 과학은 사건을 단지 묘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라는 질문에 자연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대답한다.

(4) 통합과 섭리의 상보적 관점 (A complementarian view of integration and agency) : 과학과 신학은 상보적이다. 그것들의 대상은 다르거나 또는 같은 것의 다른 측면이다.

 

V. Howard J. Van Till의 견해

This is a Creation endowed with functional integrity. The Creator has equipped it to do whatever He calls upon it to do. It suffers no gaps of dificiencies in its economy that need to be bridged either by words of magic or by the Creator's direct manipulation.

Van Till의 견해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functional integrity이다. 예를 들어 다음 성경 구절들을 보자.

창 1:11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어

창 1:20 하나님이 가라사대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창 1:24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육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각각의 경우에 하나님께서는 땅 또는 물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부르신다. Van Till의 견해에 따르면 이 때 하나님은 마술과 같은 말씀을 하심으로 어떤 강제적인 능력을 행사하신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게 원래부터 부여된 역량을 발휘하도록 부르신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는 최초의 순간에 창조를 하실 때에 불완전하지만 원래 의도한 형태로 형성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하셨다는 것이다. 창세기 1장을 채우고 있는 창조기사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이미 부여하신 역량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Van Till은 이러한 견해가 기독교 신학의 역사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이사랴의 성 바실(St. Basil of Caesarea; 330-379)의 저작 'HEXAEMERON'과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 of Hippo; 354-430)의 저작 'DE GENESI AD LITTERAM(창세기의 문자적 의미)'을 인용한다.

 

VI. 유신론적 진화론 비판

첫 번째로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점이다. 즉, 죽음과 투쟁은 하나님의 속성과는 다르다는 점인데 창조 당시 이와 같은 죽음과 투쟁을 하나님이 과연 기뻐하셨는지에 대해 의문이다. 두 번째로 하나님은 간격의 하나님이 되고 있다는 문제점이다. 세 번째로 기독교의 중심적인 가르침인 창조, 타락, 구속을 부인한다는 점이다. 네 번째로 죄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로 성경적 연대기를 진화론자들의 연대기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여섯 번째로 창조의 개념들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비판은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주의할 것은 정의 3을 사용하는 유신론적 진화론과 정의 4를 사용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의 4에는 비판이 되지만 정의 3에는 성립하지 않는 비판도 있음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정의 4를 사용하는 진화론에 대한 비판은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주목할 만한 비판들은 주로 성경해석적 또는 신학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타락'의 문제일 것이다. 유신론적 진화론의 틀에서는 아담의 타락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겠는가? 창세기 1장의 날(욤)이 태양일이냐 긴 기간이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타락의 문제는 기독교 신앙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언급한 바 있는 '자연 선택'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그것과 관련하여 자주 제기 되는 문제 세가지를 열거해 보았다.

<1> 무작위적(random)인 변이는 자연의 작동이 우발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다윈을 좇아 우연에 호소하고 있다.

<2> 생존경쟁을 하여야 하고 그 중 대부분은 고통당하고 경쟁에서 패하여 사라지게 되는데 이것은 약한 것에 대한 우주의 기본적인 잔인성을 지적한다.

<3> 자연선택은 무의식적인 과정이라는 점은 우주가 맹목적이고 생명이나 인간성과 같은 것에는 무관심하다고 암시한다.

요컨대 자연선택이라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 쓰실 만한 것인가 하는 점은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다.

 

VII. 결론

나는 철학적 유신론자이며 기독교인이다. 하려고만 한다면 무로부터서도 창조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자연적 진화과정을 통하여 창조작업을 완수하기로 작정했을지도 모르는 어떤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해서 고찰해 보았다. 그것은 비록 여러 가지 성격해석학적 신학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나 전적으로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유신론적 진화론과 관계된 논의는 '진화'의 불분명한 의미로 인해 비생산적인 토론이 되어왔다. 유신론적 진화론은 적어도 가능한 한 대안으로는 취급받아 마땅하다.

열린 마음을 가지되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진화론은 - 유신론적 진화론을 포함하여 - 무조건 안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비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하여 어떠한 견해를 밝히기 전에 먼저 그것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Posted by 쉐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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