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라는 것을 이야기할려면 먼저 기적의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 같다. 국어사전에 기적의 뜻은 '사람의 생각이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기이한 일'으로 정의 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말한다. 또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기적이라고도 표현한다.

기독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에 대해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은 소위 기적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성경은 온갖 기적으로 가득차 있다. 노아의 홍수, 애굽의 열가지 재앙, 갈멜산에서의 불내림, 예수의 동정녀 탄생, 그리고 예수의 부활까지. 그뿐인가. 요즘도 교회 내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암이 낳았다는등의 육체적인 현상도 있고, 기도를 했더니 고아들을 먹일 빵이 배달이 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기적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 기적이라는 것이 이성적으로 참 납득하기 어렵다.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은 다 전설이나 동화 같고, 요즘 벌어진다는 기적들은 사기극이거나, 심리적인 착각, 혹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게 더 이해하기도 쉽고 받아들이기도 쉽기 때문이다. 양보해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건 아직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지 그게 기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비행기를 보여주면 모두가 기적이라 벌벌 떨겠지만, 지금 세상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지금 벌어지는 현상들도 언제가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무신론적인 주장이다. 결국 기적이란 없다는 것이다.

근데 이걸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기적을 체험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적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으로 사는 오랜 기간 동안, 이성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중에 우연이라고 굳이 설명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을 빼고도 설명을 할 수 없는 물리적인 일이 두가지가 있다. 내 옆에서 벌어지지 않았거나,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일들은 제외했다.

이십여년전 큰조카 (큰 누나의 아들)과 둘째 조카 (둘째 누나의 딸)이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아이다 엄마 배속에서 같은 문제를 가지고 나왔는데, 그건 고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였다. 한쪽에 응어리가 져서 그걸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년 가까운 물리치료를 해야했었다. 아니면 평생 그 흔적을 가지고 있게 된다고 한다. 당시 전도사였던 큰 매형 식구는 일년 가까운 물리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였다. 그래서 기도를 했고 하루만에 큰 조카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응어리가 없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물리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둘째누나의 딸은 치료를 못받았기에 그 흔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흔히들 기도를 받고 병이 고쳐지는 것은 기도 받은 사람의 자기 암시를 통한 착각이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정신력이 치료를 도왔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큰 조카의 경우는 그때 오개월이 안되었다. 자기 암시를 할 수도 없거니와 정신력이 발휘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질병도 절대적으로 장기적인 물리치료를 해야지만 되는 경우였다. 오히려 암이 낳는 것보다도 더 타당한 설명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또 하나는 소위 말하는 성령체험이다. 방언 같은 것이다. 방언을 하거나 진동을 경험하는 것을 보고 집단적인 히스테리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뭐...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 하지만 방언도 익숙해지면 집단 히스테리 속에 있어야만 방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한다면 어디서든지, 전철 안에서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도, 즉 아주 멀쩡한 상태에서도 방언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방언으로 대화도 나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방언에 대해서는 정신적인 착각이라 말할 수 있어도 내가 그걸 경험하고 있을 때는 정말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방언은 내가 아주 정상적인 상태, 전혀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내게서 내 입에 대한 콘트롤을 뺐어간다. 그 현상은 지속적이며 일관적이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더 발전되고 (어휘가 늘어나고) 내가 콘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늘어난다.  이런 현상을 이성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직접 보고 경험한 내 입장에서는 "기적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눈 앞에 벌어지는 현상이 있고, 그 현상을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두가지의 타당한 설명이 있을 수 있다. 한가지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기적은 없지만 아직은 왜 그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을 통해 분명히 원인을 찾아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또 한가지는 기적의 원인이 되는 초월적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온 세상을 창조한 -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성경에 나타나는 기적들을 인정하기란 어렵지가 않게 된다. 천지 창조와 같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었다면, 예를 들어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유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성경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창조자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선택의 문제로 돌아가는듯 하지만, 그래도 차근 차근 창조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하겠다. 유신론 특히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창조자의 존재 증거는 다음의 다섯가지로 요약이 될 수 있다. 사실 증거라기보다 상황에 따른 추론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1. 신을 통해 세상의 근원을 설명할 수 있다

우주의 근원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빅뱅이론은 우주 전체가 아주 오래전 생긴 대폭발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이론이다. 공간과 시간은 대폭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대폭발 이후에 모든 것이 생겨났다는 이론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들이 있기에 이 이론은 현재 우주의 근원에 대해 가장 타당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 이론에 대해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빅뱅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가지의 의견이 있다. 무신론자들은 우주 자체가 근원이고 영원하다는 생각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여호와는 '스스로 있는자'이며 영원하다고 믿는다. 우주 자체가 근원이거나 아니면 그 우주를 만들어낸 근원이 되는 신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주에는 출발점(빅뱅)이 있기에 빅뱅을 일으킨 원인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유신론자들의 주장이고, 그 원인은 바로 신이라는 것이다.

#2. 잘 꾸며진 우주와 인간은 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면 참 잘 짜여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정교한 것을 보면 누군가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결과다라는 것이 더 믿겨지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금의 세상이 우연의 결과다라는 주장은 무신론자나 진화론자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였다. 그 때문에 최근 몇십년간 현재 결과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가설들이 제시 되었다. 하지만 어느 이론도 반대되는 증거가 있는 상태다. 혹은 스티븐 호킹처럼 무한 우주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무한대 수의 우주가 있는 것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우연히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 가설은 어쩌면 '신이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도 더 증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

#3. 객관적 도덕 기준의 존재 여부는 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 주장은 두가지의 작은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첫째는 객관적 도덕 기준이라는 것이 있느냐 하는 것과, 객관적 도덕기준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객관적 도덕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말을 한다. 세상의 많은 도덕 기준들이 사회적인 발전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람들 사이의 동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명백히 '나쁜 것이다'라고 말할 만한 것이 있다. 나는 이 문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에게 양심이라는 것이 주어져 있는데, 그 마음을 잠잠히 들여다 보며 '살인이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애들을 학대하는게 뭐가 나쁘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찌에 대한 유태인 학살이 단지 역사가 그렇게 흘러갔기 때문이지 '객관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세상에 객관적인 도덕 기준이 있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객관적 도덕 기준이 있다는 것이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냐?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신이 그런 객관적 도덕기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들에게 양심이 있다는 것이, 객관적 도덕기준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소견에 옳은데로' 행동한다면... 그게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신문 사회면에 보이는 도저히 이성이 있다면 할 수 없는 추악한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대로 발전한다면 이게 지옥이 아닐까?

#4. 신의 존재는 부활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설명이다

부활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또 다른 논쟁거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활이 없었다면 예수 당시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설명하기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활이 있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부활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보통 사람의 경우에는 부활은 없다. 몸속의 장기들이 활동을 하지 않아 잠깐 가사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예수처럼 외부의 요인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후에 36시간이 넘어서 다시 살아나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누가 살려주지 않는 이상, 누군가 살려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이가 있지 않은 이상 부활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5. 신은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아마도 이 주장은 가장 주관적이면서도, 어쩌면 가장 객관적인 것일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나에게 너의 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봐 라고 묻는다면 나는 여러가지 증거를 댈 수 있다. 운전면허증, 주민등록등본, 같이 찍은 사진 등등. 하지만 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그런 증명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왜냐면 나는 나의 부인을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으로 신을 경험하는가? 최근 한달여 동안 지난 20여년을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보았다. 그 삶 속에서 신, 즉 하나님을 경험했던 순간들이 꽤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나님의 도움을 받고 있구나. 내가 하나님을 통해 변화되고 있구나. 그런 경험들이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물리적인 경험도 있지만, 사실 나에게 더 놀라운 것은 내 생각과 태도의 변화다. 누군가 물어볼 수 있다. 그게 나의 착각이 아니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냐? 그게 객관적이라고 증명할 수 있냐? 노력이야 하겠지만 내 경험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은 안 한다. 그 경험들은 철저히 주관적이니까. 대신 앞에서 제시한 몇가지의 주장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일정 정도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여러가지 객관적으로 신이 없다면 설명할 수 없는 상황들과 주관적인 경험들을 토대로 '신 이외에는 타당한 설명이 없다'라고 이성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Posted by 쉐아르
:
성경에 보면 많은 기적들이 나온다. 노아의 홍수, 애굽에서의 열가지 재앙, 홍해가 갈라짐, 사막에서의 만나, ... 신약시대로 가서는 예수의 동정녀 탄생, 그리고 예수의 부활까지. 이런 많은 기적들. 인간의 이성으로는 믿기가 굉장히 힘들다.

첫째, 이런 기적들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된다. 노아의 홍수가 생기기 위해서는 이 세상의 가장 높은 산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물이 있어야하는데, 그 엄청난 양의 물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노아의 방주만 해도, 하나의 방주 안에 어떻게 모든 동물들을 쌍쌍이 넣을 수 있었을까? 그 먹이는? 그 배설물들은? 예수의 부활에 대해서는 어떤가? 아무도 죽은지 사흘이 지나가서 부활하지 않는다. 잠깐 숨이 끊어졌다 살아나는 이는 있어도, 예수처럼 무덤에 뭍혔다가 살아나는 사람은 없다.

둘째, 이런 기적들이 왜 성경의 시대에만 나타나는가? 지금 세상에는 왜 부활하는 사람이 없는가? 왜 지금 세상에는 하늘에서 불이 내려 제물을 태우지는 않는가?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 한번이라도 보여주면 더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믿을 것 같은데 말이다. 간혹 가다 기도해서 병이 낳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우연이거나 아니면 정신적인 위안에 불과하다. 부흥회에서 은혜받고 암이 낳았다고 좋아하던 사람이 일년 있다가 죽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기독교에서는 기도를 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신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의문이다. 기도를 해서 기도한데로 되면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고 하고, 그대로 안되면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도에 응답해서 인간세상에 개입하신다는 하나님은 어디에 있는가?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라면 기도하는 의미가 그럼 무엇인가?

템플턴은 그의 책에서 "이성이 조금만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전설이 동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한다. 이성과 기적, 과학과 기적.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생각하는 사람이 기적을 믿는다는 일은 불가능하다.
Posted by 쉐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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